나고야에서 그렇게 더위에 시달렸던 기억이 있어서였는지, 다음 여행지를 정할 때는 자연스럽게 정반대인 곳이 떠올랐어요. 그때 마침 삿포로 여행이 한창 유행하던 시기였는데, 저희도 그 분위기에 살짝 휩쓸렸던 것 같아요. 더운 걸 워낙 싫어했던 터라 "이번엔 시원한 데로 가서 낭만 좀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삿포로를 목적지로 정했어요. 나고야 여행 얘기를 하다가 별 고민 없이 삿포로로 정해진 것도, 그만큼 저희가 여행 결정에 익숙해졌다는 뜻이었던 것 같아요.초겨울 삿포로, 차가운 공기와 눈도착한 시기는 초겨울쯔음이었어요. 공기부터가 나고야 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차가웠고, 눈도 왔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남아있어요. 세세한 장면까지는 가물가물하지만, 그 서늘하고 맑은 공기만큼은 몸으로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요. 숨을 ..
나고야에 도착한 날은 진짜 무더운 여름날이었어요. 공항이나 역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후끈한 공기가 확 덮치는데, 이게 그냥 더운 게 아니라 습기까지 더해진 그런 더위였어요.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체력 소모가 컸는데, 그래도 새 목적지에 왔다는 설렘이 더위를 이겼던 것 같아요. 캐리어 끌고 몇 분만 걸어도 등이 다 젖는 그런 날씨였는데, 그래도 서로 "야 이거 완전 여름이네" 하면서 웃고 넘겼던 기억이 나요.손흥민 얘기로 통했던 그 식당너무 더워서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을 때쯔음, 눈에 보이는 식당으로 무작정 들어갔어요. 규동집이었는지 가정식집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시원한 실내에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그저 감사했던 순간이었어요. 주문하고 앉아서 저희가 한국어로 얘기하는 걸 보고, 한국인인 걸 ..
규슈 여행 다녀오고 나서 다음 목적지를 정할 때, 처음엔 도쿄로 얘기가 흘러갔어요. 셋 다 도쿄 이름은 워낙 많이 들어봤으니까 "다음엔 도쿄 가보자"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죠. 숙소랑 코스도 대충 그려보고, 예산도 어느 정도 계산해봤던 기억이 나요. 다들 신나서 도쿄 관련 정보를 이것저것 찾아보고, 어디서 뭘 먹을지까지 미리 얘기했었으니까요. 그런데 계획이라는 게 늘 그렇듯, 딱 그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어요.한 명이 빠지게 된 사정준비하다가 셋 중 한 명이 개인적인 일이랑 학업으로 갑자기 바빠지면서 이번 여행에 못 가게 됐어요. 다 같이 가자고 신나게 계획했던 여행이었기에 다들 아쉬워했던 게 기억나요. 특히 도쿄를 제일 기대하던 게 그 친구였어서, 못 가게 됐다는 소식 듣고 다 같이 좀 아쉬워했죠. 그렇..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 여행, 그런데 왜 또 가고 싶지규슈 여행 다녀오고 나서 진짜 신기한 게, 여행 중엔 그렇게 티격태격하고 싱숭생숭했으면서 돌아오니까 또 가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거예요. 여행 후에 셋이 모이기만 하면 "또 가자", "다음엔 어디 갈까"라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여행 중에 겪었던 에피소드들이 워낙 다양했던 것도 한몫했던 것 같아요. 힘들었던 순간조차 지나고 보니 다 웃긴 얘깃거리가 되어 있었거든요. 다른 주제로 얘기하다가도 일본여행 얘기가 나오면 "이때 우리 진짜 재밌었잖아" 하면서 웃던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몰라요.일본여행 후유증,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솔직히 그때 제 상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후유증'이었어요. 갔다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다시 가고 싶어..
비행기를 마지막으로 탔던 게 초등학교 때였어요. 수학여행이었는지 수련회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그때 제주도 갔던 게 마지막이었거든요. 그러니 20대 중반에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로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거였으니 진짜 많이 설렜던 기억이 나요. 전날부터 짐 싸놓고도 계속 뭐 빠진 거 없나 확인하고 그랬죠. 여권, 충전기, 여벌 옷까지 몇 번을 다시 열어보면서도 뭔가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는데, 결국 그 불안함이 다음 날 현실이 될 줄은 몰랐네요.여권을 깜빡한 아찔한 하루그런데 정작 당일날, 아뿔싸... 여권을 깜빡하고 안 챙긴 거예요. 짐을 다 싸놓고도 마지막에 여권만 방에 그대로 두고 나온 거였죠. 공항 가는 길에 뒤늦게 알아채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요. 그 바람에 그 동생이 ..
야간알바 끝나고 나면 몸은 피곤한데 이상하게 바로 집에 가기가 아쉬웠어요. 그 다음 날이 쉬는 날이거나 오전에 시간이 좀 남을 때는 자연스럽게 그 친구 집으로 향했거든요. 딱히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닌데 "갈까?" 한마디면 그냥 그렇게 됐어요. 거기서 신작 애니메이션을 같이 보거나, 애니 OST를 틀어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게 그때 저희만의 루틴이었죠.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된 일본어 공부그 무렵 저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었어요. 자막없이 들리는 단어를 하나씩 캐치하는 재미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공부하는 걸 보던 그 친구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 얘기하는거 무슨 뜻인지 다 아는 거야?"라고 묻던 게 시작이었어요. 그때부터 둘이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서로 모르..
2016년이었나... 진짜 돈이 궁해서 편의점 야간알바를 구하게 됐어요. 그때는 그냥 "돈 좀 벌어야지" 하는 심정으로 시작한 알바였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 알바 덕분에 제 20대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인연을 만났더라고요. 야간이라 손님도 뜸하고 조용한 시간이 많은데, 그 심심함을 완전히 날려준 사람이 있었거든요.카운터에서 밤을 새우게 만든 그 친구같은 편의점에서 오후 알바를 하던 동생이 있었는데, 그 동생의 같은 반 학교친구를 알게 된 게 시작이었어요. 이 친구가 얼마나 재치있고 유머감이 넘치던지, 카운터에 같이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하다 보면 진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손님 없는 새벽에 둘이 수다 떨다가 그대로 밤을 새운 날도 한두 번이 아니었죠."형, 이러다 우리 둘 다 잘리는 거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