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장면을 실제로 마주하다지난 글에서 다카야마를 미리 계획하고 찾아갔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이번엔 실제로 그곳에서 봤던 장면들을 좀 더 자세히 풀어볼게요. 영화를 보면서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던 풍경을 실제 두 눈으로 마주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특별했어요. 화면 속에서만 보던 곳을 실제로 걷고 있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나서, 도착하고도 한동안 신기해하며 두리번거렸던 기억이 나요.자전거로 둘러본 작은 마을다카야마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건 자전거를 빌리는 거였어요. 마을 규모가 크지 않아서 자전거로 돌아다니기에 딱 좋았거든요. 페달을 밟으며 골목골목을 지날 때마다, 영화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구도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큰 감흥 없이 지나칠 수 있는 평범한 골목인데도, 영화를 떠올리며 보니..
나고야 여행기를 쓰면서 다카야마 얘기를 잠깐 언급했었는데, 사실 그건 우연히 들른 곳이 아니라 미리 계획하고 찾아간 곳이었어요. "너의 이름은"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배경이 된 곳이 궁금해졌고, 나고야로 여행지를 바꾸게 된 것도 이 영화 때문이었으니, 다카야마행은 이번 여행에서 거의 필수 코스나 다름없었어요. 도쿄 대신 나고야를 선택했던 그 순간부터 사실상 다카야마 방문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던 셈이에요.애니 성지순례라는 말을 알게 되다이때 처음으로 '성지순례'라는 표현을 접했어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의 배경이 된 실제 장소를 찾아가는 걸 팬들 사이에서 이렇게 부른다는 걸 알고 나니, 저희가 하려는 일이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단순히 관광지를 가는 것과는 결이 다른, 작품에..
편의점 알바 경험자가 본 일본 편의점2016년부터 한국 편의점에서 야간알바를 했던 저로서는, 일본 여행 갈 때마다 편의점을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었어요. 손님 입장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예전에 카운터 안쪽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진열이나 시스템, 직원들 응대까지 눈여겨보게 되더라고요. 규슈에서 처음 먹었던 주먹밥과 컵라면부터 나고야에서 손흥민 얘기까지, 여행할 때마다 편의점은 항상 여행기의 한 장면을 차지했어요. 돌이켜보면 규슈, 나고야, 삿포로 어느 도시를 가든 편의점 한 곳쯤은 꼭 들렀던 것 같은데, 그만큼 여행 중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저한테는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쇼유, 미소, 소금 — 맛의 삼각형여러 번 다니면서 느낀 건, 일본 편의점 식품들이 대체로 쇼유(간장), 미소된장..
여행 4년 후, N1에 도전하다규슈로 첫 일본 여행을 다녀온 지 4년쯤 지난 2022년에 JLPT N1을 땄어요.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했던 일본어 공부가 여행을 거치면서 점점 실전 감각이 붙었고, 그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최고 급수인 N1까지 도전하게 됐어요. 처음부터 N1을 목표로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더라고요. 돌아보면 편의점 야간알바 시절 애니메이션 보면서 일본어 공부하던 그 습관이, 몇 년이 지나 이렇게 자격증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질 줄은 그때는 전혀 몰랐어요.본격적으로 시험을 준비한 기간은 대략 1~2년 정도였어요. 그전까지는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로 감으로 익힌 일본어였다면, N1을 목표로 하면서부터는 문법이랑 어휘를 체계적으로 다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감..
여행 다니면서 진짜 쓸모 있었던 일본어 표현들N1까지 공부하긴 했지만, 막상 여행 가면 교과서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단순하고 실용적인 표현들이 더 자주 쓰이더라고요. 규슈, 나고야, 삿포로를 다니면서 실제로 입에 붙었던 표현들을 정리해봤어요. 거창한 문법보다 그냥 상황에 딱 맞는 한 문장이 훨씬 유용했어요. 시험공부할 때는 청해나 독해 위주로 봤었는데, 정작 여행지에서는 그런 것보다 간단한 회화 몇 개가 훨씬 실전에서 빛을 발했어요.택시 탈 때 썼던 표현낯선 동네에서 택시를 탔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게 "이 택시가 내가 가려는 곳으로 가는 게 맞나"였어요. 그래서 자주 썼던 표현이 이거예요.このタクシーはどこに行きますか?(이 택시는 어디로 가나요?)사실 이미 목적지를 말하고 탄 상황이면 안 써도 ..
얼마 전에 달력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2026년도 벌써 4개월만 지나면 2027년이라는 거예요. 숫자로 보니까 시간이 훨씬 빠르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친구를 처음 만났던 게 고등학생 때였는데, 지금 그 친구는 20대 중반이 됐고, 저는 어느새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어요. 편의점 카운터에서 밤새 수다 떨던 그 시절이 아직도 선명한데, 그때랑 지금 사이에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나요. 스마트폰 사진첩을 우연히 넘기다가 그때 찍었던 규슈, 나고야, 삿포로 사진들을 보면 "우리 진짜 이때 이렇게 어렸었나" 싶을 정도로 낯설게 느껴지기도 해요.같이 나이 들어가는 인연규슈, 나고야, 삿포로까지 함께 여행 다녔던 그 시간들이 다 20대의 일이었어요. 지금 와서 보면 그때는 서로 ..
규슈, 나고야, 삿포로까지 같이 다녔던 그 친구가 군대간다한지도 몇 년도 더 지난 것 같은데, 알고보니 간부로 근무하고 있었더군요. 올해 11월에 전역한다고 해요. 군대 얘기를 인스타로 가끔 주고받긴 했는데, 벌써 전역이라는 말을 들으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편의점 야간알바 시절부터 시작된 인연이 이렇게 오래갈 줄은, 그때는 상상도 못 했거든요. 고등학생 때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걸 생각하면, 그 사이에 저도 그 친구도 참 많이 변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역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부터 자연스럽게 "선물 뭐 해줘야 하지?"라는 고민이 시작됐어요.선물 고민의 시작, 예산부터 정하기일단 예산 범위를 넓게 잡고 생각해봤어요. 저렴하게 가면 2만원 정도부터, 마음먹고 크게 쓰면 10..
나고야 여행 계기를 얘기할 때 잠깐 언급했었는데, 사실 규슈 다음 목적지로 가장 먼저 정했던 곳은 도쿄였어요. 셋이서 신나게 도쿄 얘기를 하면서 어디를 가볼지, 뭘 먹을지까지 어느 정도 그려봤던 계획이었죠. 도쿄라는 이름 자체가 주는 기대감이 있었고, 다들 한 번쯔음은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도 앱 켜놓고 이 동네 저 동네 둘러보면서 "여기 가면 뭐가 유명하대" 하며 얘기했던 밤도 있었어요. 그런데 한 명이 개인 사정으로 빠지고, 그 무렵 "너의 이름은" 영화가 대흥행하면서 흐름이 나고야로 완전히 바뀌어버렸어요.그래도 언젠간 가겠지, 했던 마음목적지가 바뀌긴 했지만, 그때는 도쿄를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었어요. "이번엔 나고야 가고, 다음엔 진짜 도쿄 가자"는 식으로 마음속에서는 ..